잉글랜드 이스트 미들랜즈를 연고로 하는 레스터 시티 FC는 2015-16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이라는 기적을 썼지만, 이후 강등과 승격을 반복하며 굴곡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2023-24 시즌 챔피언십 우승으로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했으나, 2025년 4월 현재 리그 19위로 강등권에 머물며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레스터 시티의 영광과 시련의 역사, 주요 감독들(피어슨, 라니에리, 로저스, 마레스카 등)의 전술 변화를 더 상세히 살펴보고, 2024년 12월 팀의 소방수로 부임한 루트 판 니스텔로이 감독 체제 하에서의 절박한 상황과 과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봅니다.
레스터 시티 FC: 기적과 좌절, 그리고 부활의 여우 군단
레스터 시티 FC(Leicester City F.C.)는 1884년에 창단된 이스트 미들랜즈 지역 레스터 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 축구 클럽입니다. 클럽의 애칭은 '여우 군단(The Foxes)'이며, 이는 레스터셔 지역이 여우 사냥으로 유명했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팀 컬러는 파란색과 흰색이며, 홈 구장은 킹 파워 스타디움(King Power Stadium)입니다. 레스터 시티의 역사는 2015-16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이라는, 현대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언더독 스토리'로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또한 2021년 구단 역사상 최초로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또 다른 역사를 썼습니다. 하지만 영광의 순간만큼이나 2022-23 시즌 예기치 못한 강등이라는 시련을 겪기도 했으며, 곧바로 다음 시즌(2023-24)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하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기적의 역습부터 생존 투쟁까지: 레스터 시티 감독들의 전술 변천사
레스터 시티 현대사의 중요한 기반을 마련한 인물은 나이젤 피어슨 감독입니다. 그는 두 차례 팀을 이끌며 선수단의 기강을 다지고 특유의 카리스마로 팀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특히 2013-14 시즌 챔피언십 우승으로 팀을 프리미어리그로 이끌었고, 다음 시즌 강등이 유력했던 상황에서 시즌 막판 9경기 7승이라는 놀라운 '대탈출(Great Escape)'을 성공시키며 프리미어리그 잔류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그의 축구는 다소 투박했지만, 강력한 피지컬과 조직력, 그리고 선수들의 투지를 강조하는 실리적인 스타일이었습니다.
피어슨의 뒤를 이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2015-2017) 시대는 레스터 시티 역사상 가장 빛나는 순간입니다. 부임 당시 그의 선임을 의아하게 여기는 시선이 많았지만, 라니에리는 2015-16 시즌, 축구계를 충격에 빠뜨린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점유율 축구와는 정반대로,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매우 낮은 수비 라인을 형성하고 중원에서 은골로 캉테가 공을 쓸어 담으면, 대니 드링크워터의 전진 패스를 거쳐 리야드 마레즈의 드리블 돌파 또는 제이미 바디의 뒷공간 침투로 이어지는 간결하고 파괴적인 역습 전술을 완성했습니다. 선수비 후역습이라는 명확한 플랜과 핵심 선수들의 경이로운 활약, 그리고 팀 전체의 헌신적인 플레이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기적이었습니다.
우승 이후 라니에리가 떠나고 몇몇 감독을 거친 후, 브랜든 로저스 감독(2019-2023)이 부임하여 팀에 또 다른 전성기를 가져왔습니다. 리버풀, 셀틱 등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로저스 감독은 레스터 시티에 빠르고 매력적인 공격 축구를 이식했습니다. 그는 주로 4-2-3-1 또는 3-4-1-2 같은 유연한 포메이션을 활용했으며, 제임스 매디슨, 유리 틸레만스, 하비 반스 등 기술 좋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짧고 빠른 패스를 통한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선보였습니다. 제이미 바디는 여전히 최전방에서 날카로운 골 감각을 보여주었고, 웨슬리 포파나, 찰라르 쇠윈쥐 등 젊은 수비수들도 성장했습니다. 이 시기 레스터는 2년 연속 리그 5위를 기록하며 아쉽게 챔피언스리그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021년 구단 역사상 첫 FA컵 우승과 커뮤니티 실드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로저스 감독의 후반기는 핵심 선수들의 이적(슈마이켈, 포파나 등)과 부상, 심각한 수비 불안, 세트피스 약점 노출 등이 겹치며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결국 2022-23 시즌 도중 팀을 떠났으며 레스터는 충격적인 강등을 맞이했습니다.
강등 후, 레스터는 펩 과르디올라의 코치 출신인 엔조 마레스카 감독(2023-2024)에게 재건과 즉시 승격의 임무를 맡겼습니다. 마레스카는 과르디올라식 포지셔널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극단적인 점유율 축구를 팀에 빠르게 이식했습니다. 골키퍼까지 빌드업에 적극 참여시키고, 한쪽 풀백을 미드필더처럼 활용하는 인버티드 풀백 전술, 수비형 미드필더가 내려와 3백을 형성하는 등 매우 복잡하고 체계적인 움직임을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전술은 2023-24 시즌 챔피언십 무대에서는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하며 우승과 다이렉트 승격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2024-25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그의 시스템은 더 빠르고 강한 압박을 구사하는 상위 리그 팀들에게 약점을 노출했고, 빌드업 과정에서의 잦은 실수와 수비 전환 시의 불안정성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팀은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에 머물렀고, 마레스카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고수했지만 반등의 계기를 만들지 못한 채 결국 2024년 11월 말 경질되었습니다.
루트 판 니스텔로이 (2024.12-현재)
엔조 마레스카 감독 경질 후 강등 위기에 처한 레스터 시티를 구할 소방수로 나선 인물은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 공격수 출신인 루트 판 니스텔로이입니다. 2024년 12월 1일, 그는 레스터 시티의 새로운 감독으로 공식 선임되었습니다. 선수 시절 세계 최고의 골잡이 중 한 명이었던 판 니스텔로이는 은퇴 후 지도자 경력을 쌓아왔으며,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 감독을 맡아 KNVB컵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판 니스텔로이 감독은 레스터 부임 후 팀을 빠르게 안정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이전 마레스카 감독의 극단적인 점유율 축구와는 달리, 그는 보다 실용적이고 결과 중심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PSV 시절 주로 4-3-3 이나 4-2-3-1 포메이션을 활용하며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했던 그이지만, 현재 레스터의 상황을 고려하여 수비적인 안정감을 확보하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선수들에게는 높은 집중력과 투지, 그리고 기본적인 역할 수행을 강조하며 팀의 조직력을 다잡고 있습니다.
그의 부임 이후 현재까지 약 4개월 동안, 아직까지 레스터는 이전과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때로는 수비 라인을 내려 실점을 최소화하고, 때로는 전방 압박의 강도를 높여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등 경기 상황과 상대에 따라 유연하게 전술을 변화시키려고 하지만 결과로 나타나진 않고 있습니다. 현재 31경기에서 승점 17점을 얻은 채 그야말로 굴욕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고, 제이미 바디와 같은 베테랑 선수들과의 소통을 통해 팀 분위기를 다잡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강등권 경쟁이라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눈에 띄는 성적 향상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시그레이브의 재능들: 레스터 시티 유소년 시스템
레스터 시티의 유소년 아카데미는 잉글랜드 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EPPP(Elite Player Performance Plan) 최고 등급인 카테고리 1(Category One) 지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최고 수준의 시설과 코칭 스태프, 그리고 선수 육성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클럽은 2021년, 레스터셔 주 시그레이브(Seagrave)에 약 1억 파운드를 투자하여 최첨단 훈련 시설을 개장했으며, 이곳은 1군 팀과 아카데미가 함께 사용하는 통합 시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레스터 시티 아카데미는 역사적으로 에밀 헤스키, 줄리안 요아힘 등을 배출했으며, 최근에는 벤 칠웰(첼시 이적), 하비 반스(뉴캐슬 이적), 함자 차우두리, 루크 토마스, 그리고 현재 팀의 핵심 미드필더인 키어넌 듀스버리-홀과 같은 뛰어난 선수들을 꾸준히 키워냈습니다. 아카데미는 기술적으로 재능 있는 선수들을 발굴하고, 어릴 때부터 클럽의 철학에 맞는 방식으로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강등 위기 속에서 팀을 맡은 루트 판 니스텔로이 감독이 유소년 선수들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를 부여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당장의 성적이 급한 상황에서는 경험 많은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기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카데미와의 연계는 필수적입니다. 최첨단 시설과 우수한 코칭 시스템을 갖춘 레스터 시티 아카데미는 앞으로도 클럽의 미래를 책임질 재능들을 꾸준히 배출할 것으로 기대되며, 판 니스텔로이 감독 역시 선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공격수들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킹 파워 그룹과 '톱': 존경받는 구단 운영 모델
레스터 시티의 극적인 성공 스토리 뒤에는 태국의 면세점 기업인 킹 파워 인터내셔널 그룹(King Power International Group)의 안정적인 구단 운영이 있었습니다. 2010년 클럽을 인수한 킹 파워 그룹은 故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 회장의 리더십 아래 클럽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는 선수단 강화뿐만 아니라 팬들과의 관계, 지역 사회 공헌 활동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며 팬들로부터 깊은 존경을 받았습니다.
2018년 헬리콥터 사고로 비차이 회장이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아들인 아이야왓 스리바다나프라바('톱'이라는 애칭으로 불림) 회장이 그룹과 클럽 운영을 이어받았습니다. '톱' 회장 역시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클럽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과 투자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우승 당시의 멤버들을 지키고, 브랜든 로저스 감독 체제 하에서 FA컵 우승을 달성했으며, 시그레이브에 최첨단 훈련장을 건설하는 등 클럽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킹 파워 그룹은 다른 외국 자본 구단주들과는 달리, 클럽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팬들과의 유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2-23 시즌 팀이 강등되었을 때도 좌절하지 않고 즉각적인 승격을 위해 엔조 마레스카 감독 선임과 선수단 개편을 지원했으며, 마레스카 감독 경질 후에는 빠르게 판 니스텔로이 감독을 선임하며 위기 극복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프리미어리그의 치열한 경쟁 환경과 FFP 규정 속에서 이전과 같은 막대한 투자는 어려울 수 있지만, 킹 파워 그룹과 '톱' 회장의 안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구단 운영은 레스터 시티가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판 니스텔로이와 함께하는 강등권 탈출 사투
2025년 4월 현재, 루트 판 니스텔로이 감독이 이끄는 레스터 시티는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위한 절박하고도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시즌 중반 강등 위기에 처한 팀의 소방수로 부임한 판 니스텔로이 감독은 남은 시즌 동안 어떻게든 팀을 구해내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수행 중입니다. 안타깝게도 감독 교체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는 못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잔류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판 니스텔로이 감독은 부임 이후 팀의 급격한 하락세를 멈추고 최소한의 안정감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는 엔조 마레스카 감독 시절의 복잡한 시스템 대신, 보다 실용적이고 수비적인 균형에 초점을 맞춘 전술을 구사하며 승점 확보에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과 이미 짜여진 스쿼드의 한계, 그리고 프리미어리그의 높은 경쟁 수준 속에서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팀은 여전히 득점력 부족과 수비 불안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으며, 매 경기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은 경기가 많지 않은 현시점에서, 레스터 시티가 기적적으로 잔류하기도 어려운 만큼 판 니스텔로이 감독 혹은 또 다른 감독은 다음 시즌 팀을 위해 재정비할 시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결국 이대로 강등된다면, 레스터 시티는 불과 1년 만에 다시 챔피언십으로 돌아가게 되며, 주축 선수들의 이탈과 재정적인 어려움 등 또 다른 큰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레스터 시티와 판 니스텔로이 감독의 남은 시즌, 그야말로 벼랑 끝 승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