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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클럽 소유(MCO) 모델, 축구의 미래인가?

by 박투박 2025.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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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O 모델의 대표 예시: 시티 풋볼 그룹
시티 풋볼 그룹의 소유 클럽

하나의 모기업 또는 투자 그룹이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축구 클럽들을 동시에 소유하고 운영하는 '멀티 클럽 소유(Multi-Club Ownership, MCO)' 모델이 최근 몇 년 사이 축구계의 주요 트렌드로 급부상했습니다. 시티 풋볼 그룹, 레드불 그룹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지만, 공정성 훼손과 클럽 정체성 상실 등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 글에서는 MCO 모델이 무엇이며 왜 확산되고 있는지, 선수 육성, 스카우팅, 상업적 측면에서의 장점과 함께 경쟁의 공정성, 팬 문화 등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성을 심층 분석하고 축구의 미래에 던지는 질문은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하나의 제국, 여러 클럽: 멀티 클럽 소유(MCO) 모델의 부상

맨체스터 시티를 필두로 뉴욕 시티 FC(미국), 멜버른 시티 FC(호주),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 지로나 FC(스페인) 등 전 세계 10개가 넘는 클럽을 거느린 '시티 풋볼 그룹(CFG)'의 성공은 현대 축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하나의 거대 자본 또는 기업이 국경을 넘어 다수의 축구 클럽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멀티 클럽 소유(Multi-Club Ownership, 이하 MCO) 모델입니다. 레드불 그룹(RB 라이프치히, 레드불 잘츠부르크 등), 존 텍스터의 이글 풋볼 홀딩스(올랭피크 리옹, 크리스털 팰리스, 보타포구 등), 사우스햄튼을 인수한 스포츠 리퍼블릭(괴즈테페 SK 등), 첼시의 구단주 그룹(RC 스트라스부르) 등 MCO는 이제 특정 그룹의 전유물이 아닌, 축구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뚜렷한 흐름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MCO 모델은 운영 효율성과 시너지 창출이라는 매력적인 장점을 내세우지만, 동시에 축구의 전통적인 가치와 경쟁의 공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시너지 창출과 효율 극대화

MCO 모델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여러 클럽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음으로써 다양한 측면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선수 육성 및 이적 네트워크 구축에 유리합니다. 그룹 내 여러 클럽 간에 선수를 임대 보내거나 이적시키며 체계적으로 성장 경로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미에서 발굴한 유망주를 유럽의 위성 구단에서 적응시킨 후 핵심 클럽으로 콜업하거나, 핵심 클럽에서 뛰기에는 아직 부족한 유망주에게 하위 리그 클럽에서 꾸준한 출전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선수 영입 및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적료와 에이전트 수수료를 절감하고, 재능 있는 선수를 그룹 내에 묶어두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둘째, 스카우팅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스카우팅 네트워크와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함으로써 더 넓은 범위에서 효율적으로 유망주를 발굴할 수 있습니다. 셋째, 상업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통합 마케팅을 진행하거나 여러 클럽을 묶어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넷째, 지식 및 노하우 공유가 용이합니다. 코칭 방법론, 스포츠 과학 데이터, 의료 시스템, 경기장 운영 노하우 등 각 클럽이 가진 강점을 그룹 내 다른 클럽들과 공유하며 전반적인 수준 향상을 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위험 분산 효과와 잠재적인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합니다.

공정성 훼손과 정체성 상실?

MCO 모델의 확산은 장점만큼이나 많은 우려와 비판을 낳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하게 제기되는 문제는 '경쟁의 공정성(Competitive Integrity)' 훼손 가능성입니다. 만약 같은 소유주 아래 있는 두 클럽이 동일한 대회(특히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 같은 유럽 대항전)에서 경쟁하게 될 경우, 승부 조작이나 담합의 유혹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설령 직접적인 승부 조작이 없더라도, 그룹의 이익을 위해 특정 클럽에게 유리한 선수 이적이나 경기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습니다. UEFA 등 규제 기관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예: 한 소유주가 두 클럽 모두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음), 복잡한 지배 구조 속에서 이를 명확히 증명하고 규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둘째, 하위 클럽의 '위성 구단화' 및 선수 '파밍(Farming)' 문제입니다. MCO 네트워크 내의 작은 클럽들이 단순히 상위 클럽을 위한 선수 육성 기지, 즉 '팜(Farm)' 역할에 머무르며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나 고유한 목표 추구를 등한시할 수 있다는 비판입니다. 이는 해당 클럽의 역사와 정체성을 훼손하고 지역 팬들의 자부심에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셋째, 클럽 고유의 정체성과 팬 문화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중앙에서 내려오는 일관된 운영 방침이나 브랜드 전략이 각 클럽이 가진 고유한 역사, 문화, 지역 사회와의 유대감을 희석시킬 수 있습니다. 넷째, MCO 그룹들이 막대한 자본력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유망주들을 선점하고 이적 시장을 왜곡하여,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중소 클럽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마지막으로, 복잡한 국제적 소유 구조와 클럽 간 거래는 투명성 문제를 야기하며 규제 당국의 감시를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UEFA와 FIFA의 고민

축구의 지배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MCO 모델의 확산에 대해 UEFA와 FIFA 같은 규제 기관들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UEFA는 이미 동일 소유주 하의 클럽들이 같은 유럽 대항전에 참가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대회 규정 제5조 등)을 두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한 개인이나 법인이 대회에 참가하는 다른 클럽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통제권이나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영향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해석의 여지가 있고, 복잡한 투자 구조를 통해 이를 우회할 가능성도 존재하여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레드불 잘츠부르크와 RB 라이프치히, 최근에는 AC 밀란과 툴루즈, 브라이튼과 위니옹 생질루아즈 등이 같은 소유 구조 하에서 유럽 대항전에 함께 참가하는 사례가 승인되면서 규제 기준이 완화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FIFA 역시 MCO 현황을 예의주시하며 잠재적인 문제점들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강력한 규제안을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각국 축구 협회나 리그별 규정도 제각각이어서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규제 기관들은 스포츠의 공정성과 클럽의 재정 건전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과, 자유로운 투자 및 시장 경쟁 원리 사이에서 어려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MCO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가?

MCO 모델은 현대 축구의 세계화, 자본화 흐름 속에서 등장한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처럼 보입니다. 투자자들에게는 위험 분산과 시너지 창출이라는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하며, 실제로 몇몇 MCO 그룹은 가시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선수들에게는 더 넓은 기회와 체계적인 성장 경로를 제공할 수도 있으며, 팬들에게는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이 글로벌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어 더 큰 야망을 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MCO가 가져올 잠재적인 위험성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경쟁의 공정성 훼손, 중소 클럽의 종속화, 클럽 정체성 약화, 그리고 팬 소외 문제 등은 축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본질적인 가치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MCO 모델이 앞으로 축구 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MCO가 더 이상 일부 그룹의 특이한 운영 방식이 아닌, 축구 산업의 중요한 구조적 특징 중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MCO에 대한 더 깊이 있는 논의와 함께, 축구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현명한 규제와 균형 잡힌 발전 방향 모색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MCO는 축구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으며,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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