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전술. 그중에서도 선수들의 기본적인 위치와 역할을 규정하는 포메이션은 시대를 거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초기 축구의 단순한 형태부터 오프사이드 규칙 변화에 대응한 WM 시스템, 브라질의 4-2-4, 잉글랜드의 4-4-2를 거쳐 현대 축구의 게겐프레싱과 포지셔널 플레이에 이르기까지, 축구 포메이션과 전술 사상의 주요 변곡점들을 살펴보고 그 진화 과정을 정리해 봅니다.
포메이션 진화의 서막
축구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라, 11명의 선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상대와 끊임없이 수 싸움을 벌이는 전략적인 스포츠입니다. 그리고 이 전략의 핵심에는 바로 '전술'과 그 기본 틀인 '포메이션'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포메이션은 단순히 선수들을 그라운드 위에 나열하는 숫자의 조합이 아니라, 각 시대의 축구 철학, 규칙의 변화, 선수들의 능력, 그리고 상대에 대한 대응 방식이 총체적으로 반영된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축구 초창기에는 명확한 포메이션 없이 공격수 위주로 선수들을 배치하고 무작정 공을 향해 달려가는 '킥 앤 러시(Kick and Rush)' 형태에 가까웠지만 점차 승리를 위해 선수들의 역할을 분담하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고민하게 되면서 체계적인 포메이션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유행했던 '피라미드(Pyramid)' 포메이션, 즉 2-3-5 시스템은 공격에 극단적으로 치중했던 초기 축구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2명의 수비수와 3명의 하프백(미드필더)이 후방을 지키고, 무려 5명의 공격수가 전방에 배치되는 형태였는데, 현대의 축구에서 2명이나 3명의 공격수를 두고 공격 시 미들진이 올라가 5 채널을 만드는 형태와는 다른 처음부터 5명을 전방배치 시키는 방식입니다. 이는 당시 오프사이드 규칙(자신과 골라인 사이에 상대 선수가 3명 이상 있어야 온사이드)의 영향을 받은 배치로 최대한 많은 공격 숫자를 두려는 시도였다고 보입니다.
WM 시스템의 등장과 공수 균형의 모색
축구 전술 역사에서 첫 번째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1925년 오프사이드 규칙 개정이었습니다. 자신과 골라인 사이의 상대 선수가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면서, 공격수들은 이전보다 훨씬 쉽게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릴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기존의 2-3-5 포메이션에 심각한 수비적 허점을 야기했고, 이에 대한 전술적 대응이 시급해졌던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 변화에 가장 성공적으로 적응하며 새로운 시대를 연 인물이 바로 아스날의 전설적인 감독 허버트 채프먼으로 꼽힙니다. 그는 개정된 오프사이드 규칙에 맞춰 새로운 포메이션인 WM 시스템을 고안했고, 이는 숫자로 표현하면 3-2-2-3 형태와 유사한 모습이며, 기존 2-3-5 시스템에서 다음과 같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 수비 라인 (3명): 기존 2-3-5의 중앙 하프백(Center-half) 한 명을 두 명의 풀백(Full-back) 사이로 내려와 중앙 수비수(Center-back, 스토퍼 역할의 시작) 역할을 맡겼습니다. 이 중앙 수비수는 주로 상대 팀의 센터 포워드를 전담 마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양쪽 풀백은 이전보다 약간 더 넓게 위치하여 측면 수비를 담당했습니다.
- 1차 미드필드 라인 (2명): 기존 2-3-5의 양쪽 윙 하프백(Wing-half)은 수비 라인 바로 앞에 위치하여 수비형 미드필더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들은 상대 공격을 1차적으로 저지하고, 수비 라인과 다음 미드필드 라인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 두 명과 앞선 3명의 수비수가 시각적으로 W자 형태의 아래쪽 부분을 구성했습니다.
- 2차 미드필드 라인 (2명): 기존 2-3-5의 양쪽 인사이드 포워드(Inside Forward) 두 명을 미드필드 지역으로 더 깊숙이 내려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겼습니다. 이들은 중원에서 공격을 조율하고 전방의 공격수 3명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이 두 명과 아래의 윙 하프백 두 명이 W자의 위쪽 부분을, 동시에 M자의 아래쪽 부분을 형성했습니다.
- 공격 라인 (3명): 최전방에는 중앙 공격수(Center Forward) 한 명과 양쪽 윙어(Winger) 두 명이 위치했습니다. 이들은 M자의 위쪽 꼭짓점을 형성하며 직접적인 득점을 노렸습니다. 'W'와 'M' 형태: 선수들의 배치를 시각적으로 보면, 후방의 3명(수비수)과 2명(윙 하프백)이 알파벳 'W' 모양을 그리고, 전방의 2명(인사이드 포워드)과 3명(공격수)이 알파벳 'M' 모양을 그린다고 하여 WM 포메이션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이전보다 훨씬 견고한 수비 구조를 제공했으며, 동시에 공격 작업에서도 선수들의 역할을 명확히 분담하여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WM 시스템은 이후 수십 년간 전 세계 축구계를 지배하는 표준적인 포메이션으로 자리 잡으며 공수 균형이라는 현대 축구 전술의 중요한 개념을 확립했습니다.
4-2-4, 브라질의 삼바 축구와 공격 축구
WM 시스템이 오랫동안 대세를 이루었지만, 점차 그 한계점도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나치게 정형화된 역할 분담은 때로 경직된 플레이를 유발했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들이 이어졌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 특히 남미 축구계에서는 WM 시스템의 변형과 함께 더욱 공격적이고 유연한 전술들이 등장했습니다. 그 정점에 있었던 것이 바로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세계를 제패한 브라질 대표팀의 4-2-4 시스템인데요. 헝가리의 '매직 마자르' 군단이 선보였던 유연한 공격수 움직임(딥라잉 포워드)과 선수들의 기술을 극대화하는 전술에서 영감을 받은 브라질은, 4명의 수비수, 2명의 미드필더, 그리고 4명의 공격수를 배치하는 혁신적인 포메이션을 선보였습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강력한 공격력과 함께 이전보다 향상된 중원과 수비의 균형이었으며, 2명의 미드필더(디디, 지투 등)가 공수 조율과 수비 보호 역할을 수행하고, 특히 양쪽 풀백(니우통 산투스, 자우마 산투스 등)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여 측면 공격의 활로를 열었습니다. 4명의 공격수는 펠레, 가린샤, 바바 등 개개인의 뛰어난 기술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화려한 '삼바 축구'를 구현하기도 했습니다. 4-2-4 시스템은 공격적인 재능을 극대화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구조적 안정성을 갖춘 형태로, 이후 많은 팀들에게 영감을 주며 공격 축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4-4-2의 시대: 조직력과 균형
브라질의 4-2-4 시스템이 공격 축구의 위력을 보여주었다면, 이에 대한 대응으로 등장하여 오랫동안 축구계를 지배한 포메이션은 바로 4-4-2 시스템입니다. 특히 1966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알프 램지 감독의 잉글랜드 대표팀은 '윙 없는 경이로움(Wingless Wonders)'이라는 별명과 함께 4-4-2 시스템의 효용성을 증명했고, 4명의 공격수를 배치하는 4-2-4 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해, 램지 감독은 미드필더 숫자를 4명으로 늘려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측면 수비를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전통적인 윙어를 두는 대신, 중앙 미드필더들이 넓게 움직이며 공수 양면에 기여하고, 풀백의 오버래핑을 활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4-4-2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4명의 수비수, 4명의 미드필더, 2명의 공격수로 구성되는데, 미드필드는 일자(Flat) 형태나 다이아몬드(Diamond) 형태 등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며, 두 명의 공격수는 역할 분담(예: 타깃형 + 발 빠른 공격수)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형태로 활용합니다. 이 포메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필드 전체에 걸쳐 선수들이 비교적 균형 있게 배치되어 공수 양면에서 안정적인 구조를 제공한다는 점이며, 또한 선수들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여 조직적인 플레이를 구현하기 용이합니다. 아리고 사키 감독 시절 AC 밀란은 강력한 압박 축구를 4-4-2 시스템 내에서 구현하며 유럽을 제패했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오랫동안 4-4-2를 기반으로 성공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렇게 4-4-2는 그 안정성과 범용성 덕분에 수십 년간 가장 기본적이고 표준적인 포메이션으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토털 풋볼과 3백
1970년대, 네덜란드의 아약스와 대표팀을 이끈 리누스 미헬스 감독은 '토털 풋볼(Total Football)'이라는 혁명적인 개념을 선보이며 축구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토탈 풋볼은 특정 포메이션(주로 4-3-3 기반이었지만 매우 유연했음)에 얽매이기보다는, 모든 필드 플레이어가 어떤 포지션이든 소화할 수 있는 '유니버설 플레이어' 개념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위치를 바꾸며 공간을 창출하고 상대를 압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특히 강력한 전방 압박과 지능적인 오프사이드 트랩 활용은 토탈 풋볼의 중요한 특징인데, 요한 크루이프를 중심으로 한 네덜란드 대표팀은 1974년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에 토탈 풋볼의 위력을 알렸고, 이는 이후 현대 축구의 압박과 유연성 개념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편, 4백 시스템이 주류를 이루던 시대에 3백 시스템 역시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며 특정 시기마다 중요한 전술적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1980년대와 1990년대 이탈리아와 독일 등에서는 3-5-2 또는 3-4-3 포메이션이 유행했습니다. 3명의 중앙 수비수가 수비 안정성을 확보하고, 양쪽 윙백이 측면 공격과 수비를 모두 책임지며 높은 활동량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며, 5명의 미드필더(3-5-2의 경우)를 두어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거나, 3명의 공격수(3-4-3의 경우)를 두어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카를로스 빌라르도 감독의 아르헨티나(1986 멕시코 월드컵 우승), 프란츠 베켄바워 감독의 서독(1990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 등이 3백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3백 시스템은 현대 축구에서도 상대에 따라, 혹은 보유한 선수단의 특성에 따라 유용한 전술적 옵션으로 꾸준히 활용되고 있는데, 최근 몇 년 전부터 공격적인 3백을 구사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고 있습니다. 3백의 양쪽 수비수를 마치 윙백처럼 활용하여 오버래핑이나 언더래핑을 통해 공격적인 전술로 활용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4-2-3-1과 4-3-3의 현대 축구
2000년대 이후 현대 축구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포메이션 중 하나는 바로 4-2-3-1 시스템입니다. 이 포메이션은 4명의 수비수,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더블 피봇), 3명의 공격형 미드필더(좌우 윙어/인사이드 포워드 +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No.10), 그리고 1명의 최전방 공격수로 구성되는데, 4-2-3-1의 가장 큰 장점은 중원에서의 안정성과 유연성입니다.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포백 라인을 보호하는 동시에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을 수행하며 중원 싸움에 힘을 보태고, 전방의 3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통해 공격을 이끌며, 특히 좌우 측면 공격수들은 빠른 발과 기술을 활용하여 상대 수비를 흔드는 역할을 합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플레이메이커로서 공격의 핵심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시스템은 선수들의 역할 분담이 비교적 명확하면서도, 공격 시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고 수비 시에도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할 수 있어 많은 감독들에게 선호받고 있습니다.
또한, 4-3-3 포메이션 역시 현대 축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르셀로나 시절부터 즐겨 사용한 4-3-3은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싱글 피봇)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No. 8 역할), 그리고 세 명의 공격수를 두는 형태로, 중원 장악과 높은 라인에서의 압박, 그리고 짧은 패스를 통한 점유율 축구를 구현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1 홀딩의 역삼각형 미들진을 구성하는 방법 외에도 공격형 미들필더를 두는 방법으로 삼각형 구조로 구성하여 4-3-3을 활용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현대 전술의 최전선
현대 축구 전술은 단순히 포메이션 숫자의 조합을 넘어, 팀 전체가 공유하는 플레이 원칙과 철학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세계 축구를 강타한 두 가지 주요 전술 트렌드는 바로 '게겐프레싱(Gegenpressing)'과 '포지셔널 플레이(Positional Play)'입니다. 독일어에서 유래한 게겐프레싱은 '역압박'을 의미하며, 공 소유권을 잃어버린 즉시, 그 자리에서 여러 명의 선수가 강하게 압박하여 공을 되찾아오는 전술입니다. 이는 상대에게 역습할 시간을 주지 않고, 오히려 상대 진영에서 공격 기회를 다시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위르겐 클롭 감독의 리버풀과 도르트문트가 게겐프레싱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포지셔널 플레이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으로 대표되는 전술 철학으로, 선수들이 경기장 내 특정 '포지션' 또는 '존(Zone)'을 점유하고 체계적인 움직임과 패스를 통해 수적 우위(Numerical Superiority) 또는 위치적 우위(Positional Superiority)를 확보하여 경기를 지배하려는 방식입니다. 선수들은 미리 약속된 위치와 움직임을 바탕으로 패스 길을 만들고 공간을 창출하며, 이를 통해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데 이는 매우 높은 수준의 전술 이해도와 기술적 완성도를 요구하지만, 성공적으로 구현될 경우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게겐프레싱이나 포지셔널 플레이 같은 원칙들은 4-3-3, 4-2-3-1, 3백 등 다양한 포메이션 내에서 구현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현대 축구에서는 경기 중에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포메이션과 전술을 변화시키는 감독의 능력, 그리고 선수들의 다재다능함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끝나지 않은 진화: 축구 전술의 미래는?
초기 축구의 단순한 2-3-5 포메이션에서 시작하여 WM 시스템, 4-2-4, 4-4-2, 토털 풋볼, 3백 시스템, 4-2-3-1, 그리고 게겐프레싱과 포지셔널 플레이에 이르기까지, 축구의 포메이션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오프사이드 규칙 개정과 같은 경기 규칙의 변화, 선수들의 신체 능력 및 기술 발전,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달, 그리고 상대 전술에 대한 대응 전략 등 다양한 요인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졌고, 앞으로도 축구 전술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할 것입니다. 더욱 세분화된 역할 분담, 포지션 파의 심화, 데이터 분석의 고도화, 혹은 예상치 못한 새로운 규칙의 도입 등이 미래 축구 전술의 또 다른 변곡점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축구 포메이션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것을 넘어, 현재 축구를 더 깊이 있게 즐기고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흥미로운 계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