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의 터줏대감이자 열정적인 팬덤으로 유명한 크리스탈 팰리스 FC. 런던 남부를 연고로 하는 이 클럽은 잦은 부침 속에서도 특유의 색깔을 유지하며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크리스탈 팰리스의 주요 감독들이 구사했던 전술적 특징과 철학, 재능 있는 선수들을 배출하는 유소년 시스템, 다국적 자본으로 구성된 구단 운영 구조, 그리고 한국 선수와의 인연과 2025년 4월 현재, 올리버 글라스너 감독 체제 하에서의 팀 상황까지 심층적으로 분석해 봅니다.
크리스탈 팰리스 FC: 독수리 군단의 비상, 전술과 역사의 탐구
크리스탈 팰리스(Crystal Palace F.C.)는 잉글랜드 런던 남부를 연고로 하는 프로 축구 클럽입니다. 1905년에 창단되었으며, 홈 구장인 셀허스트 파크(Selhurst Park)는 프리미어리그 내에서도 가장 열정적이고 시끄러운 응원 분위기로 유명합니다. 클럽의 상징은 '독수리(Eagles)'이며, 팀 컬러는 빨간색과 파란색입니다. 팰리스는 역사적으로 1부 리그와 2부 리그를 오가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2013년 프리미어리그 승격 이후로는 꾸준히 잔류하며 경쟁력 있는 중위권 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클럽의 역사를 통틀어 특정 시기마다 팀의 생존과 정체성을 책임졌던 여러 감독들의 영향력은 매우 컸으며, 그들의 전술적 선택은 팀의 색깔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생존 전문가부터 변화의 시도까지: 주요 감독들의 전술 발자취
팰리스의 프리미어리그 잔류 역사는 여러 감독들의 노고와 함께합니다. 스티브 코펠 감독 시절 여러 차례 승격을 이끌었던 역사가 있으며, 2013년 승격 이후에는 생존 전문가들의 역할이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토니 퓰리스 감독은 짧은 기간 팀을 맡았지만, 강력한 수비 조직력과 세트피스를 활용한 실리적인 축구로 강등 위기에서 팀을 구해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닐 워녹 감독 역시 여러 차례 팀을 맡아 특유의 열정적인 리더십과 직선적인 축구로 팀을 이끌었습니다. 앨런 파듀 감독 시절(2015-2016)에는 조금 더 공격적인 색채를 띠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윌프리드 자하를 비롯하여 야닉 볼라시 등 화려한 개인 기술을 가진 윙어들을 앞세워 역동적인 공격 축구를 선보였고, 2016년에는 FA컵 결승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복 있는 경기력과 수비 불안은 약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파듀 감독 이후 샘 앨러다이스 감독이 소방수로 투입되어 다시 한번 팀을 강등 위기에서 구해냈고, 이후 부임한 프랑크 더 부르 감독은 짧은 기간 동안 점유율 기반의 '토탈 풋볼' 이식을 시도했지만, 리그 4경기 무득점 전패라는 처참한 실패를 겪으며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 혼란을 수습한 것은 베테랑 로이 호지슨 감독이었습니다. 두 차례(2017-2021, 2023-2024)에 걸쳐 팀을 이끈 호지슨 감독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견고한 수비 조직 구축에 집중했습니다. 4-4-2 또는 4-3-3 기반의 실용적인 포메이션을 구사했으며, 특히 팀의 에이스였던 윌프리드 자하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역습 패턴이 두드러졌습니다. 그의 축구는 때로 지루하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팰리스에 꾸준한 안정감을 제공하며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호지슨 감독의 첫 번째 임기 이후, 아스날 레전드 출신 파트리크 비에이라 감독(2021-2023)이 지휘봉을 잡아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비에이라 감독은 호지슨 시대의 실용주의에서 벗어나 보다 점유율을 높이고 후방 빌드업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동적이고 기술적인 축구를 추구했습니다. 그는 에베레치 에제, 마이클 올리스와 같은 젊고 창의적인 선수들을 중용하며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유소년 선수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기회를 부여했습니다. 비에이라 체제 하에서 팰리스는 이전보다 매력적인 축구를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꾸준한 득점력 부족과 경기력 기복 문제로 인해 상위권 도약에는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성적 부진으로 호지슨 감독이 다시 임시로 복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올리버 글라스너 (2024-현재)
2024년 2월, 로이 호지슨 감독의 뒤를 이어 오스트리아 출신의 올리버 글라스너 감독이 크리스탈 팰리스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했습니다. 글라스너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의 볼프스부르크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거둔 지도자입니다. 특히 프랑크푸르트에서는 2021-22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괄목할 만한 업적을 달성하며 유럽 전역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글라스너 감독의 축구 철학은 높은 활동량, 강렬한 전방 압박, 그리고 빠르고 수직적인 공격 전개로 요약됩니다. 그는 주로 3백 기반의 포메이션(3-4-2-1 또는 3-4-3)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스템 하에서 양쪽 윙백은 공수 양면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최전방 공격수 뒤에 위치한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혹은 섀도우 스트라이커)는 창의적인 플레이와 득점 지원을 담당합니다. 그의 팀은 후방에서부터 차근차근 빌드업을 하기보다는, 상대의 공을 높은 위치에서 탈취한 후 최대한 빠르고 직선적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패턴을 즐겨 사용합니다.
팰리스 부임 이후 1년이 조금 넘은 현재(2025년 4월), 글라스너 감독은 팀에 자신의 색깔을 성공적으로 입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구사하는 전술이 현재 라인업에 있는 선수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며 선수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홈 구장인 셀허스트 파크에서는 그의 강도 높은 압박 축구가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시너지를 내며 위력적인 모습을 종종 보여줍니다. 에베레치 에제, 마이클 올리스와 같은 기존의 핵심 공격 자원들은 글라스너의 공격적인 전술 아래 더욱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감독의 요구에 맞는 활동량과 전술 이해도를 갖춘 새로운 선수들의 영입도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3백 시스템에 대한 수비진의 조직력 문제나, 높은 에너지 소모로 인한 후반 집중력 저하 등의 과제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글라스너 감독이 팰리스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그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런던 남부의 재능 공장: 크리스탈 팰리스 유소년 시스템
크리스탈 팰리스의 유소년 아카데미는 런던 남부 베커넘(Beckenham)에 위치하며, 최근 몇 년간 프리미어리그 내에서도 주목받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런던 남부라는 지역적 특성상 재능 있는 유망주들이 풍부한 환경(catchment area)을 가지고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윌프리드 자하(맨유에서 재영입 후 성장), 아론 완-비사카, 타이릭 미첼 등이 이 아카데미를 거쳐 1군 주전으로 발돋움하며 클럽에 큰 이익을 안겨주었고, 최근에는 에베레치 에제, 마이클 올리스와 같이 젊은 나이에 영입되어 팰리스에서 잠재력을 만개한 선수들도 유소년 시스템의 성공적인 운영 사례로 꼽힙니다.
팰리스 아카데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1군 팀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경로(pathway)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구단은 재정적인 한계 속에서도 유망주 육성을 통해 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적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사해왔습니다. 실제로 팰리스는 다른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에 비해 어린 선수들에게 더 많은 1군 출전 기회를 부여하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최근 몇 년간 구단은 아카데미 시설 개선에 상당한 투자를 단행하여 2020년에는 EPPP(Elite Player Performance Plan) 최고 등급인 카테고리 1(Category One) 지위를 획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는 유소년 육성에 대한 클럽의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입니다.
올리버 글라스너 감독 역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중요시하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어, 앞으로도 팰리스의 유소년 시스템은 1군 팀과 긴밀하게 연계되며 클럽의 미래를 책임질 재능들을 꾸준히 배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최고의 유망주들을 빅클럽들의 관심으로부터 지켜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다국적 자본과 스티브 패리쉬: 구단 운영과 비전
현재 크리스탈 팰리스의 구단 운영 구조는 다소 복잡한 다국적 자본 연합 형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오랫동안 클럽의 회장(Chairman)직을 맡으며 실질적인 구단 운영의 얼굴 역할을 해온 스티브 패리쉬를 중심으로, 미국의 스포츠 투자 거물인 조슈 해리스와 데이비드 블리처(NBA 필라델피아 76ers, NHL 뉴저지 데블스 등 공동 소유)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2021년부터는 또 다른 미국 사업가 존 텍스터가 이끄는 이글 풋볼 홀딩스(Eagle Football Holdings)가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며 영향력을 확대했습니다.
이러한 다자간 소유 구조는 클럽에 재정적인 안정성을 제공하고, 특히 이적 시장과 시설 투자에 있어 과거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아카데미 시설 확충이나 선수 영입에 있어 이전보다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하지만 오랜 숙원 사업인 셀허스트 파크의 메인 스탠드 증축 계획은 여러 차례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적인 문제와 자금 조달 이슈 등으로 인해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특히 존 텍스터의 이글 풋볼 홀딩스는 프랑스의 올랭피크 리옹, 브라질의 보타포구, 벨기에의 RWD 몰렌베이크 등 여러 클럽을 소유한 멀티 클럽 소유(Multi-Club Ownership, MCO) 모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수 스카우팅 및 육성, 이적 등에서 클럽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특정 클럽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 논란이나 팬들의 정서적 반감, 규제 당국의 감시 강화 등 잠재적인 문제점과 논란의 소지도 안고 있습니다. 앞으로 팰리스의 구단 운영이 이러한 다국적 자본 구조와 MCO 전략 하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 (2015-2018)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활약했던 대표적인 대한민국 선수로는 '블루 드래곤' 이청용이 있습니다. 2015년 1월, 볼턴 원더러스에서 팰리스로 이적한 이청용은 특유의 창의적인 플레이와 기술적인 능력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는 주로 오른쪽 윙어로 뛰었으며, 간결한 볼 터치와 영리한 움직임, 날카로운 패스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여는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의 탈압박 능력과 드리블 돌파는 그의 장점으로 꼽혔습니다.
팰리스 이적 후 데뷔 시즌 막바지 스토크 시티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팰리스에서의 그의 활약은 꾸준히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과거 볼턴 시절 당했던 심각한 다리 부상의 여파와 잦은 잔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감독 교체가 잦았던 팀 상황 속에서 확실한 주전 자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앨런 파듀 감독 이후 부임한 감독들은 이청용의 기술적인 장점보다는 피지컬적인 능력이나 수비 가담 능력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그의 출전 기회는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결국 2018년 여름,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나 독일 분데스리가 2부의 VfL 보훔으로 이적하게 됩니다. 비록 팰리스에서 그의 잠재력을 완전히 펼치지는 못했지만, 이청용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로서 짧게나마 팰리스 팬들에게 인상을 남겼습니다.
현재와 미래: 글라스너 체제의 팰리스
2025년 4월 현재, 올리버 글라스너 감독이 이끄는 크리스탈 팰리스는 그의 부임 후 두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습니다. 글라스너 감독의 강렬한 압박과 빠른 공격 축구는 이제 팀의 확실한 정체성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특히 홈 경기에서의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는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팀은 현재 프리미어리그 중위권에서 안정적인 순위를 유지하며, 시즌 막판 유럽 대항전 진출권 경쟁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과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글라스너 감독은 자신의 3백 시스템과 전술적 요구에 맞는 선수들을 보강했으며, 이들이 팀에 성공적으로 녹아들면서 경기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에베레치 에제와 마이클 올리스는 여전히 팀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글라스너 감독의 지도 아래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시즌 내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높은 에너지 레벨을 요구하는 전술 특성상 기복 있는 경기력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구단 운영 측면에서는 INEOS가 맨유를 인수한 것과 유사하게, 존 텍스터의 이글 풋볼 홀딩스가 축구 부문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으며, 멀티 클럽 네트워크를 활용한 선수 수급 및 육성 전략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연되고 있는 셀허스트 파크 증축 계획의 재추진 여부도 클럽의 장기적인 성장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팬들은 글라스너 감독의 지도력과 구단의 투자를 바탕으로 팰리스가 꾸준히 발전하여 단순한 잔류 이상의 목표, 즉 안정적인 상위권 진입과 유럽 무대 도전을 현실화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