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VAR 논란: 축구 판독 기술의 빛과 그림자

by 박투박 2025. 4. 18.
반응형

VAR 기술
프리미어리그 OFR 디스플레이

현대 축구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VAR(Video Assistant Referee, 비디오 판독 심판). 오심 논란을 줄이고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도입되었지만, 오히려 새로운 논란과 팬들의 불만을 낳기도 한다. VAR은 왜 도입되었으며,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일까? 반대로 경기 흐름을 끊고 판정의 일관성 문제 등 비판받는 이유는 무엇일지, 이 글에서는 VAR 시스템의 도입 배경부터 순기능과 역기능, 그리고 기술 발전과 함께 나아갈 미래의 모습까지 심층적으로 고민해본다.

축구장의 '숨겨진 눈', VAR: 논란 속 기술의 등장

축구 경기 중 중요한 순간, 갑자기 주심이 귀에 손을 대고 잠시 경기를 멈춘다. 그리고는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 모니터를 확인한 후 이전 판정을 번복하거나 유지한다.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된 VAR 시스템의 작동 모습이다. 비디오 판독 심판, 즉 VAR은 2010년대 후반 주요 축구 리그와 국제 대회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며 축구 판정 시스템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 목표는 명확했다. 명백한 오심으로 인해 경기 결과가 뒤바뀌는 것을 방지하고, 중요한 상황에서 주심이 놓친 심각한 반칙 등을 바로잡아 경기의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VAR은 도입 초기부터 판정의 일관성 부족, 경기 지연, 오프사이드 판독 기준의 모호함 등 수많은 논란을 낳으며 축구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끊임없는 찬반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심 논란 잠재우기 위한 노력: VAR 도입의 배경

VAR 도입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배경에는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오심'들이 있었다. 월드컵이나 챔피언스리그 결승과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나온 결정적인 오심 하나가 팀의 운명을 바꾸고 팬들에게 큰 상처를 남기는 사례가 반복되었다. 예를 들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전 독일과 잉글랜드의 경기에서 프랭크 램파드의 명백한 동점골이 골라인을 넘었음에도 인정되지 않은 사건은 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부각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테니스, 럭비, 크리켓 등 다른 여러 스포츠에서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활용되고 있었고, 축구계에서도 더 이상 '심판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로 모든 오심을 덮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골라인 판독 기술(GLT)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등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며 기술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VAR 도입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축구평의회(IFAB)와 국제축구연맹(FIFA)은 오랜 논의와 실험 끝에, '명백하고 확실한 오류(Clear and Obvious Error)'나 '놓친 중대한 반칙(Serious Missed Incident)'과 같은 특정 상황에 한해 VAR이 개입하여 주심의 판정을 돕도록 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득점/무득점 상황, 페널티킥 선언/미선언, 직접 퇴장 상황, 그리고 경고/퇴장 선수 오인식이라는 네 가지 주요 상황에 대해서만 VAR 검토가 이루어지도록 범위를 제한했다.

더 정확한 판정 vs 경기 흐름 방해: VAR의 순기능

VAR 시스템이 가져온 가장 큰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 '판정의 정확성 향상' 가능성이다. 이론적으로 VAR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오심을 바로잡아 경기의 공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첫째, 골이 들어갔는지 여부를 명확히 판단한다. 골라인 판독 기술과 연계하여 득점 여부를 정확히 가리고, 득점 과정에서 오프사이드나 파울 등 명백한 반칙이 있었는지 확인하여 잘못된 득점 인정을 바로잡을 수 있다. 둘째, 페널티킥 판정의 오류를 줄인다. 박스 안에서의 명백한 파울을 주심이 놓쳤거나, 반대로 파울이 아닌데 페널티킥이 잘못 선언된 경우 이를 정정할 수 있다. 셋째, 심각한 반칙에 대한 퇴장 여부를 판단한다. 주심이 보지 못한 위험한 반칙이나 비신사적 행위에 대해 VAR이 검토 후 직접 퇴장을 권고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퇴장이 선언된 경우 이를 취소하도록 도울 수 있다. 넷째, 엉뚱한 선수에게 경고나 퇴장이 주어지는 '선수 오인식' 오류를 바로잡는다. 이러한 순기능 덕분에 과거였다면 그대로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치명적인 오심들이 상당수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명백한 오류'의 모호함: VAR의 역기능과 끊이지 않는 논란

하지만 VAR은 수많은 논란과 비판에 직면하며 '긁어 부스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VAR 개입 기준인 '명백하고 확실한 오류'의 정의가 매우 모호하고 주관적이라는 점이다. 무엇이 '명백한' 오류인지는 VAR 심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리그나 경기마다 판정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는 VAR이 개입하는데, 유사한 다른 상황에서는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며 팬들의 혼란과 불만을 야기한다. 두 번째 문제는 경기 흐름의 중단이다. VAR 판독에는 적게는 수십 초에서 많게는 수 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박진감 넘치는 축구 경기의 흐름을 끊고 선수들의 집중력을 저하시키며, 특히 골 세리머니 후 판정이 번복되는 경우 팬들의 감정선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지적이 많다. 득점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VAR 판독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은 축구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세 번째는 오프사이드 판정 논란이다. VAR 도입 이후 밀리미터 단위까지 따지는 기계적인 오프사이드 판독(특히 겨드랑이, 발끝 등 미세한 차이)은 축구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공격수에게 약간의 유리함을 주던 암묵적인 관행이 사라지고, 너무 엄격한 기준으로 인해 멋진 골이 취소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네 번째는 핸드볼 규칙과의 충돌이다. 복잡하고 해석의 여지가 많은 핸드볼 규칙은 VAR이 개입하면서 더욱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느린 화면으로 반복해서 보면 사소한 접촉도 크게 보일 수 있어, 의도성과 관계없이 핸드볼 반칙이 선언되는 경우가 늘어나며 판정의 일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마지막으로, 팬들과의 소통 부재, 주심의 권위 약화 등도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점이다.

반자동 오프사이드부터 AI 판독까지: VAR의 진화와 미래 전망

끊이지 않는 논란 속에서도 VAR 시스템은 기술 발전에 힘입어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emi-Automated Offside Technology, SAOT)'의 도입이다. 이는 여러 대의 카메라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선수와 공의 위치를 3차원으로 추적하고, 오프사이드 여부를 거의 실시간으로 판독하여 VAR 심판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과 유럽 챔피언스리그 등 주요 대회에 도입되어 판독 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오프사이드 라인 판정의 일관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일부 리그에서는 VAR 판독 과정이나 최종 결정 이유를 경기장 전광판이나 중계 화면을 통해 설명해주거나, 심판의 음성 대화를 일부 공개하는 등 팬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2025년 4월 기준, 이러한 소통 방식은 리그별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시험 단계에 있다.)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오프사이드 외의 다른 복잡한 상황(예: 파울 여부, 핸드볼 등) 판독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축구 심판진과 전문가들은 기술의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하며, 경기의 흐름과 주심의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VAR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고 발전해 나갈지, 그리고 기술과 인간의 판단 사이에서 어떻게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갈지가 현대 축구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분명한 것은 VAR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대 축구의 일부로 자리 잡았으며, 앞으로도 그 영향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반응형